• [사회/문화] 살아내기 급급한 청년 위한 3000억, 어디로 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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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운영자
  • 19.11.08 15:4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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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내기 급급한 청년 위한 3000억, 어디로 가야 할까?



   “터널링 이펙트(Tunneling effect)라는 말이 있어요. 터널 안에 있는 사람은 터널 밖에 나가는 것에만 집중하다보니 시야가 좁아져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다는 것이죠. 제 지난 20대 초·중반을 되돌아보니 딱 그랬던 것 같아요. 하루하루 알바를 하며 생활비, 학비를 버느라 너무 많은 걸 놓쳐버렸어요.”


20대 중·후반에 접어든 A씨는 지난 5일 기자에게 본인의 청춘(靑春)을 ‘터널링 이펙트’로 설명했다. 아직도 하고 싶은 학문이라는 이상과 취업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현실로 몸이 기울어진 그는 여전히 터널에 있다고도 덧붙였다.


‘부유한 정도에 따라서 삶의 밝기가 확연하게 나뉘는 세상이니까요’라는 어느 이야기 속 주인공의 독백처럼, 같은 청춘이어도 모두가 똑같이 푸르진 않다. 청춘의 푸름 정도는 경제적 상황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살아내기’ 급급한 가난한 청년들의 단상(斷想)


2017년 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지난 10년간 4년제 대학생 대학생활 변화’에 따르면, 10년 사이 부모 소득이 낮을수록 부모가 등록금을 내준 비율은 25.3%포인트 낮아지고, 학자금 대출 비율은 15.6%포인트 늘었다. 

또한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의 소득이 낮을수록 경제적인 이유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비율도 높아졌다. 부모 소득이 300만 원 이하인 대학생의 4명 중 1명 이상(26.7%), 300~500만 원 미만은 19.6%, 500~1000만 원 미만은 15.6%, 1000만 원 이상은 13.4%로 점점 줄어들었다.


즉, 저소득층 청년일수록 대학생활 중 경제적인 이유로 아르바이트 할 비율이 높으며, 대출로 당장의 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언정 취업 이후 상환에 따른 부담을 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가난한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이란 터널을 지나올 저소득층 청년들은, 청춘을 터널 탈출에만 몰두하느라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치기 쉽다.


이를 증명하듯, 2013년 하버드·프리스턴 대학에서는 ‘가난할수록 멍청해진다’는 골자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가난하고 절박한 순간에 IQ가 13이 떨어진다. 여기서 IQ 13 하락은 술을 만취하거나 하루를 꼬박 새울 때 나타나는 상태와 맞먹는다.


가난이란 이유로 수없이 현실과 타협하고, 포기해야 했을 청년들의 ‘멍청한’ 선택이 쌓이다 보면, 한 청년의 삶은 어쩌면 ‘멍청한’ 삶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그리고 멍청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청년들이 모인 한 나라의 미래는, 어쩌면 ‘멍청한’ 미래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청년의 '터널' 탈출을 도울 방법 둘, 청년수당 vs 중견기업

그렇다면 가난에 내몰린 청년들의 '터널' 통과를 도울 방법은 없을까. 모든 경제적 해법이 그렇듯 두 가지가 제시됐다. 국가냐 시장이냐, 강제적 질서냐 자생적 질서냐, 그리고 청년수당이냐 중소기업이냐다.

먼저, 최근 서울시는 40조 원에 달하는 2020년 예산안을 편성했다. 총 예산안 39조 5282억 중 사회복지 부문 3분의 1에 달하는 12조 8789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특히 7대 중점 과제 중 청년 지원을 강조한 서울시는, 기존에 청년수당 지원 대상 청년 7천 명에서 4배 이상 늘어난 3만 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에 더해 청년 1인 가구 주거안정을 위해 월 20만 원씩 지원하는 청년월세지원도 청년들의 제안으로 새롭게 추가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0월 23일 청년일자리센터에서 “노력에 따라 각자의 목적지에 도착하더라도 출발점은 같아야 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생각”이라며 “청년수당은 서울시가 청년들에게 보내는 사회적 응원이자 작은 격려고, 정부의 신뢰도를 높이는 일로, 미래를 담당하는 청년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어떻게 안 할 수가 있겠나”라고 강조했다.


이후에도 박 시장은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 불평등과 청년수당, 청년 출발지원정책의 필요성’ 토론회에서 “해결하는 방안을 고민했지만 서울시 예산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청년 정책 일부분은 중앙정부와 민주당 차원에서도 고민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 회장은 6일 “어느 지방자치단체가 청년수당으로 3천억 원을 준다고 했다”며 “그 돈이면 우리 회사와 같은 기업을 몇 개 만들 수 있다”고 청년수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어 강 회장은 “나쁜 시장이 착한 정부보다 낫다”는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 경제학자의 말을 인용하며 “잡(job)을 주면 되지 돈으로 주는 것은 안 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정재계(政財界)뿐만 아니라 청년들 사이에서도 청년수당을 두고 갑론을박(甲論乙駁)이 있다. 실제로 올해 청년수당 혜택을 받은 B씨(25·여)는 “50만 원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바쳤던 시간을 오롯이 벌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값어치를 한 정책”이라며 청년수당 확대와 청년월세지원제도에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하지만 C씨(29·남)는 “50만 원도 좋지만, 실질적으로 대기업 채용인원이나 늘거나 괜찮은 중소기업이 늘어서 취업하기 쉬워졌으면 좋겠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기도 했다.


<시사오늘(시사ON) 기사·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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